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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도, 소아마비 백신처럼 개발될까 | 관리자 / 2020.04.13 | |
코로나19 백신도, 소아마비 백신처럼 개발될까
[눈길 끄는 공유·협력 새 모델] 백신·치료제 개발 치열한 경쟁 속 오픈소스·크라우드방식 협력 눈길 핵무기 개발 ‘맨해튼 프로젝트’처럼 세계협력 통한 ‘공공개발’ 백신 필요 빌 게이츠 “백신은 세계 공공재여야”
미국의 매사추세츠공대 연구진이 개발하고 있는 오픈소스 기반의 저가형 인공호흡기 MIT E-Vent Unit. MIT 제공.
초연결 세상에서 늘어나던 왕래가 코로나19로 차단되며 견고한 빗장이 걸리고 있다. 동시에 첨단기술과 인도주의적 연대는 일찍이 없던 새로운 차원의 협력과 인류애를 등장시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인류는 빗장 걸린 세상을 살게 될까, 빗장을 넘어선 새로운 연대를 찾아낼 것인가. 국경을 없애 사람과 물자가 자유로이 이동하던 유럽연합 각국은 속속 국경 통제에 들어갔다. 유럽연합 국가 간 여권 없이 자유롭게 이동을 가능하게 했던 솅겐조약이 사실상 무너졌다는 평가다. 프랑스, 독일, 체코 등은 자국에서 생산된 마스크와 방호용 의료장비 등의 수출을 금지했다. 생산시설 없이 물자를 무역에 의존하던 나라들이 엄청난 혼란과 곤경에 빠졌다. <월스트리트저널> 편집장 제러드 베이커는 지난달 27일 지면에서 “세계적 대유행 전염병(팬데믹) 상황에서 자유무역주의자는 없다”며 모든 국가가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의료장비 등 중요 시설을 자국으로 옮겨오고 빗장을 걸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랜 기간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헨리 키신저도 지난 3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자유 질서가 가고 과거의 성곽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코로나19로 세계질서가 바뀔 것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도 세계는 절대로 이전과 같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0년간 확대일로를 걸어온 세계화 정책이 코로나19로 결정적 위기를 맞았지만, 비상한 상황은 빗장을 뛰어넘으려는 새로운 시도도 만들고 있다.
■ 오픈소스와 정보공유
국경을 넘어선 정보공유와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운영하는 국제인플루엔자정보공유데이터베이스(GISAID)에는 현재 300여개 이상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정보가 공개돼 있다. 일반인들도 자신의 컴퓨터 자원을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필수적인 바이러스 단백질 구조 분석을 위해 각자 컴퓨팅 자원 일부를 제공하는 형태다. 크라우드 소싱 방식으로 이뤄지는 분산 컴퓨팅으로, 컴퓨터에 ‘폴딩 앳 홈(Folding@Home)’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된다. 40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의 참여 덕분에 폴딩앳홈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인 서밋의 2배를 능가하는 컴퓨팅 능력을 활용하고 있다. 인공호흡기 긴급 개발과 생산에 뛰어든 기업들도 있다. 영국의 진공청소기 업체 다이슨은 지난달 영국 정부로부터 인공호흡기를 개발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지 열흘 만에 새로운 형태의 인공호흡기 코벤트 설계를 완성하고 생산에 들어갔다. 미국에선 자동차회사 포드와 지엠(GM), 테슬라가 인공호흡기 생산에 뛰어들었다. 오픈소스와 크라우드소싱 방식의 인공호흡기 개발도 진행중이다. 전 세계 자원봉사자들이 ‘200달러(약 25만원) 미만의 인공호흡기’ 100만대 개발 온라인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인공호흡기 연구개발과 제조에 필요한 각 분야별로 워킹그룹이 만들어져, 그룹별로 온라인 회의와 점검을 하고 있다.
■ 백신 개발 공공 프로젝트
코로나19 백신은 제약업계를 넘어 인류의 성배가 됐다. 거대 다국적 제약사들과 각국 정부, 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네이처>에 따르면, 지난 9일 현재 78개의 백신 후보가 만들어졌고 이중 5개는 임상시험중이다. 3상 테스트까지 통과해야 하는 백신 개발의 길은 멀고 멀다. 백신 개발이 공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전 세계에 백신이 보급되기 전까지는 삶이 정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백신 개발엔 천문학적 재원이 필요한 만큼 전세계적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사스, 메르스, 지카바이러스 또한 세계적 공포를 불러왔지만, 백신 판매 수익이 천문학적 개발 자금에 못미칠 것이란 시장 논리 때문에 백신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 게이츠는 12일 전 세계 언론에 글을 보내 개발될 코로나19 백신은 ‘세계적 공공재’여야 한다며 “적정한 가격으로 모두가 접근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설립한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은 백신 개발에 지난달 1억500만달러를 기부했다.
빌 게이츠
세스 버클리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대표는 지난달 25일 <사이언스>에 맨해튼프로젝트 방식의 백신 개발을 제안했다. 맨해튼프로젝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맞서 미국 주도로 전 세계 13만명 과학자들이 협업해 3년만에 원자폭탄을 개발한 거대과학 프로그램이다. 버클리 대표는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현재의 개별적 노력으로는 부족하다”며 거대과학 방식의 범세계적 협력 필요성을 주장했다. 과학계 전체가 정보와 자원을 공유해 어떠한 백신 후보들이 추가 연구대상인지를 협력적으로 연구하며 정부·연구기관·기업들에 의해 개발이 이뤄질 때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경쟁에서 이윤 동기와 인류애 중 어느 쪽이 주도권을 쥘지 주목된다. “만약 비싸서 더 강력하지만 편리하고 안전한 살균 소독 물질이 있다면 전 세계 보건기구가 나서서 반드시 그러한 물질이나 기기의 가격을 낮춰야 합니다. 가난한 자가 단지 가난하기 때문에 불결할 수밖에 없다면 공중위생은 아무리 부유한 자도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화제가 된 한 소독제 제품의 사용안내문의 일부다. 4월12일은 65년 전인 1955년 미국의 조너스 소크 박사가 개발한 소아마비 백신의 효과가 입증된 날이다. 소크 박사는 특허 여부를 묻는 기자에게 “태양에도 특허를 낼 건가요”라며 천문학적 부가 보장된 백신의 특허를 거부하고 제조법을 전면 공개했다.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는 전염병에 대한 대응도 범인류적이어야 함을 알려주는 사례다.
1959년의 조너스 소크 박사
(출처) http://www.hani.co.kr/arti/science/future/936701.html#csidxec6aa8925274a759beaa79e76d5b82f (한겨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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